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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리스트 김지원 |
김지원 프로필
1968년생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現 브랜드컨셉 영화제 사무국 부국장
영화는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80년대 한국 이민자 가족의 삶을 다루고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아칸소는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말 그대로 깡촌이다. 미국에서도”‘00는 아칸소에도 있다”라고 얘길 하면 “아무데나 다 있다” 라고 알아듣는 식의. 또 인종차별이 심한 곳으로 KKK의 본부가 있는 곳이다. 제이콥의 가족도 미국을 돌다 돌다 다다른 곳이 아칸소 였으니 막장에 도착 한 셈이다. 제이콥도 모니카에게 아칸소에서의 도전이 마지막이라고 거듭 다짐을 하는 이유다.
제이콥과 모니카는 ‘병아리 감별사’ 일을 한다. 제이콥이 먼저 시작했던 일이라 손에 익은 방면 모니카는 이제 6개월 정도여서 집에 와서도 연습을 할 정도다. 제이콥은 우리의 아버지들이 그랬듯이 가장으로서, 남자로서 뭔가를 책임지고자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는 병아리를 감별해서 수컷 병아리는 닭으로 자라도 맛도 없고 알도 낳지 못하는 탓에 분리되어 바로 소각처리 되는 자신의 직업에서, 자신은 수컷으로 버려지지 않고 가족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가중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제이콥은 마지막 희망으로 모니카에게는 가든이라고 넘어가려 했지만 농장을 가꾸어 가족을 책임지려고 땅이 비옥한 아칸소로 자기만의 결정으로 가족을 데리고 온 것이다. 땅을 일구기 위해 우물을 파야 하는데 현지 사람의 도움을 거부하고 아들 데이빗을 데리고 혼자 우물을 파지만 결국 지하수 부족으로 그 우물은 마르게 되고, 가꾸던 농작물을 지켜 내기 위해 수돗물을 공급하는 무리수까지 두게 된다. 남자로서 가장으로서 가족을 책임지겠다는 의무감이 도를 넘어선 순간이었다.
한편 모니카는 지출이 많아져서 제이콥과 함께 일도 해야 하고 심장이 약한 데이빗을 위해 친정엄마 순자를 아칸소로 오시게 한다. 아칸소는 중남부에 가까우니 한국에서 먼 길을 날아온 엄마를 마주한 모니카의 터져 나올 것 같은 눈물을 이 악물고 참으며 건네던 첫인사는 지금도 가슴 먹먹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손자 데이빗에게는 미국의 그랜마와는 너무나 다른 한국 할머니 순자가 제이콥의 가족과 함께 살아가면서 마지막 희망을 향한 여정이 다시 시작된다.
순자가 딸 모니카가 제이콥과 일하러 나간 동안에 손주들 데이빗과 앤을 돌보면서 한동안 제이콥 가족은 안정을 되찾는다. 한국에서 가져온 미나리씨를 뿌려 키울 적당한 곳을 손자 데이빗과 순자는 찾게 되고 어느새 미나리는 알아서 잘 자라게 되는데, 어느날 미나리를 캐러 갔다가 뱀을 보게 되고 데이빗은 이를 쫓으려 하지만 이때 순자는 데이빗에게 이런 말을 한다. “보이게 냅둬라, 보이는 게 덜 위험하지 안 보이는게 더 위험한거야” 라고.그렇다. 가족들과도 감정을 서로 보이고 나눠야 함께 이겨 내기 쉬운 것인데 혼자서 책임지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위태로운 사위 제이콥에게 건네고 싶었던 장모의 이야기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후 순자는 고령의 나이에 멀리 날아왔던 여독이었는지 어느 순간 힘을 써지 못하게 되면서 오히려 가족의 도움에 의존하게 되고 위태로웠던 제이콥은 약속했던 농작물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가족에게 위기가 닥친다. 데이빗의 심장검사를 받기 위해 5시간 거리의 대도시를 방문하게 되고 제이콥은 모니카의 눈치를 받으면서도 새로운 거래처 영업을 위해 농작물을 챙긴다. 집에 홀로 남은 순자는 모라도 도움이 되고자 성치 않은 몸으로 움직이고, 데이빗의 심장은 수술이 필요없을 정도로 좋아졌다는 희망적인 소식을 접하고, 제이콥도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하지만 이제는 지칠 대로 지친 모니카는 제이콥에게 더 이상은 힘들어서 함께 하지 못하겠다고 내려놓는데.
인생은 좋은 일, 안 좋은 일 순서 없이 구분없이 들이닥치는 것이다. 희망이 뿌리내리자면 땅이 필요하고, 땅은 일구고 가꾸고 물도 줘야 하고 이 모든 것이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라면 좀 더 쉽고 좀 더 나은 열매를 거둘 것이라는 건 상식의 이야기다. 영화는 특히나 낯선 곳에서 뿌리내려 살고자 할 때 가족이라는 든든한 힘이, 우리라고 얘기 나눌 수 있는 내 편들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이 가족을 빌어 얘기하고 있다. 함께 라는 것은 열매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 열매를 얻기 위해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같이 이겨내는 것이라고. 어디서든 잘 자라는 미나리도 씨 한톨이 아니라 씨를 많이 뿌려서 미나리 밭을 이루어야 더 잘 자랄 것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