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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파이터(FIGHTER)
장르 : 드라마
감독 : 윤재호
출연 : 임성미(진아 역), 백서빈, 오광록
러닝타임 : 104분
등급 : 12세 관람가
개봉 : 2021년 3월 18일
스토리 : 낯선 곳에서 새 출발하게 된 진아는 우연히 복싱에 매료되고, 어쩌다 복서가 된다. 두 탕 알바에 고된 몸으로 오른 링 위에 그녀가 마주한 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던 자기 자신이었다. 삶의 발버둥이 아닌 스텝을 가르쳐준 복싱. 진아는 살아가기 위한 진짜 파이팅을 준비하는데… 두 주먹 두 발로 세상에 맞서 파이팅 투게더! (네이버 영화소개)
2020년 25 부산국제영화제(넷팩상,올해의 배우상)
탈북민 여성 진아는 하나원을 나와서 서울에 정착을 하면서 싸울 게 많습니다. 함께 탈북해 아직 중국에 체류중인 아버지를 한국으로 모시기 위해 돈도 모아야 하고, 12년전 가족을 버리고 홀로 탈북해서 서울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려 살고 있는 엄마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을 억눌러야 하고, 탈북민 여성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과도 부대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군인 출신인 진아가 돈을 더 모으기 위해 알바를 추가한 게 복싱장 청소관리 였고 그곳에서 자연스레 복싱을 배우게 되는 것은 싸워나갈 게 많은 진아에게는 어쩌면 필연이었을 겁니다. 영화는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주인공과 복싱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긴장감을 끌어올리면서 화해와 새로운 출발에 대한 이야기로 강력한 어퍼컷 한방이 아닌 잦은 잽으로 관객에게 묵직한 아픔을 함께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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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아는 중국에 남겨진 아버지의 한국 입국을 위해 식당일 외에 추가로 알바를 찾게 되고 그렇게 찾은 곳이 요즘은 한국에서 인기가 시들한 복싱장 청소관리 일이었습니다. 영화는 7,80년대 화려했던 복싱열풍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되살리기도 하는데 진아가 신은 빨간 복싱화의 브랜드 ‘프로스펙스’만으로도 이미 그 시대의 뜨거웠던 복싱열기에 목덜미가 뜨거워집니다. 복싱장 관장 오광록은 어느날 새벽 복싱장을 찾아 혼자 샌드백을 치는 진아를 목격하게 되고 진아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복싱을 가르칩니다. 첫만남부터 진아에 호감을 가졌던 태수(백서빈)도 이런 진아를 적극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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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복싱을 통해서 새로운 꿈을 키워가는 진아의 성장일기 입니다. 이 과정에서 12년전 가족을 버리고 혼자 탈북한 엄마에 대한 분노와도 화해를 하고 자신에 대한 주름진 시선도 반듯하게 펴나가게 됩니다. 또 혼자서는 힘들 새로운 세상과의 싸움에서 든든한 우군도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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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복싱을 소재로 하지만 그렇게 긴장감 넘치는 화면도 때로는 자칫 지루할 만큼 긴 호흡이 나타납니다. 중저음 베이스의 묵직한 관장 오광록의 목소리와 호흡을 같이 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긴 호흡에 주인공들을 클로즈업 한 화면에서 진아(임성미)의 눈에 천천히 그득해지는 눈물이나 그런 진아를 바라보며 슬로우모션 처럼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 관장(오광록)의 표정에서 대사 없이 관객도 그들의 감정에 빠져들게 충분히 기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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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의 죽지 않는 고수의 포스가 넘쳐흐르는 배우 오광록의 목소리는, 가족도 없이 혼자 탈북해 새 삶을 시작하며 자신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는 불안정하고 아직은 부모의 사랑이 또 다른 누군가의 사랑이 절실한 아이 같은 진아를 든든하게 붙들고 방향을 잡아줄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영화의 무게중심도 확고히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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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릴 적에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여관방에 혼자 앉아 소주에 마른 오징어로 술을 마시는 장면을 봤던 기억이 있는데 대학 때 술을 배우고 나서는 전혀 이해가 안되는 조합이었습니다. 쓴 소주에 질겅질겅 한참을 씹어야 하는 마른오징어 안주라니 도통 이해 안되었습니다. 영화에서 진아는 프로 데뷔를 위한 시합에서 갑자기 자신의 경기를 보러 찾아온 엄마 앞에서 복수라도 하듯이 상대방 선수에게 펀치를 허용하고 링에 쓰러집니다. 일어날 수 있었지만 엄마를 응시한 채 KO패를 당합니다. 그날 밤 잠을 못 이룬 진아는 한밤중에 복싱장을 다시 찾게 되고 혼자 있는 관장을 마주하게 됩니다. 관장은 말없이 종이컵 한가득 소주를 채워 건네고 진아는 단숨에 마셔냅니다. 그리고 관장이 건넨 마른 오징어를 입안 가득 넣고 질겅질겅 씹어냅니다. 그런 진아를 바라보고 관장은 ‘그래 이제 되었다’라는 표정으로 미소를 짓습니다. 술을 사러 나갔다 온 태수는 진아에게 낮에 찾아온 어머니가 무사히 깨어났으며 병원에서 진아가 밀쳐서 쓰러진 게 아니라 자신이 계단에 쓰러진 것을 진아가 발견해 구해줬다고 말했다 전합니다. 이 말에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 가득했던 진아는 오열하게 되고 이런 진아에게 관장은 “울어도 돼, 억지로 참지마. 살다보면 울어줘야 할 때가 있어.”라며 위로합니다. 그제서야 알겠더라구요. 쓴 소주에 딱딱한 마른 오징어를 애써 씹는 것은, 쓴 소주를 마시면서 잊고 싶은 게 아픔이던, 후회이던, 아쉬움이던 이 악물고 질겅질겅 씹어 대며 말없이 혼자서 속으로만 풀어내는 경건한 의식 같은 것이지 않을까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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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에 나왔던 문구를 함께 나눠봅니다.
<사랑이야 말로 우리의 진정한 운명이다. 혼자서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삶의 의미는 다른 이들과 함께할 때 찾아지는 것이다.> – 토마스 머튼